피곤하고 느슨한 벽-F.R.P, 수성페인트 5m이내 설치2007
나른하고 무겁고 몸이 점점 무거워져 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내가 게을러져가는 것일까. 아니
면 당연한 자연의 섭리인지.
세상의 모든 건물은 벽을 통해서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구분 짓는다. 만약 이러한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간의 답답함과 복잡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개의 벽으로 구성된 공간 안
에서 사람들은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벽을 세운다. 나와 나의 벽, 나와 타
인과의 벽, 이러한 관계의 벽이 높고 두터울수록 답답함과 피곤함을 자주 느낀다. 일상의 관계들
은 너무나도 많은 벽을 나로 하여금 세우게끔 한다. 사람들이 이러한 벽을 많이 세우게끔 하면
할수록 삶은 피곤하고 스트레스 또한 증가한다.
나의 눈에는 이런 벽들이 피곤해보이고, 그 벽을 깨드리기엔 너무나도 힘들어 보인다. 내게 보이
는 멱들은 너무 두터워서 흘러내리기까지 한다.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비만인이라고 하겠다.
현대인의 삶은 건축물의 설계도처럼 복잡하고, 규칙적으로 짜여져서 삭막해 보일 때가 있다. 그
삭막함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지치고 힘들며 무료하고, 때로는 그로 인해 삶의 의욕 마져 상실할
때가 있다.
우리가 이러한 벽을 제거하면 할수록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자유로움과 활기로 넘칠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나의 작업을 통해서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보고 ,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