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형 작가의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에는 반복되고 빛나고 스러지는 바닷가 파도의 포말과 같은 인생들의, 그림자와 닮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소설이 [한국소설]을 통해 발표된 이후, 작가는 다수의 단편을 꾸준히 써왔고, 8편의 작품을 모아 첫 소설집을 내었다. 이 소설 가운데 대부분은 떠나는 자들이거나 혹은 어딘가를 거쳐 온 이들의 이야기였다. 마치 거품을 남기고 물러나는 파도였을까, 작가는 ‘그 파도가 휩쓸고 간 헛헛하게 남은 자국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듯 문장을 고르고 인물들을 매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이어 갈 수 있을까,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