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숙 시집. 권영숙 시인은, 시를 쓴다는 일을 통해서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며 그 세상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언어들과 교유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시를 쓰기 이전에는 벙어리의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었느냐고 말한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봄으로써만 그 열림이 가능한 세계이다.
그는 범상한 사물들을 결코 범상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작은 꽃 한송이, 풀 한 포기에도 따뜻한 가슴으로 각별한 관심을 가지며 관찰하는 자세로 임한다. 그러기에 그의 시 속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대개가 평범한 사물들에 불과하다. 그의 시는 조용한 관조의 세상이 가을 물결처럼 펼쳐진다. 결코 뜨겁거나 흥분하는 일도 없이 범상한 토운을 가진 언어의 물결들이 고요히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 속에는 생에 대한 따뜻한 교훈들이 충만하다. 세상을 떠난 그리운 어머니, 소녀 적 아름다웠던 친구의 회상에서도 잔잔히 생의 진리를 읽어 낼 수 있다.
-작품평 중에서 김정자(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