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화의 첫 소설집. 강연화는 2006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카나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덟 편의 소설 가운데 일곱 편이 일인칭 시점에 구어성이 강한 문체를 취하고 있다. 소설의 화자들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그것이 고스란히 소설이 되는 형국이다.
'카나페'의 화자인 '나'는 호텔 요리사로, 화려하지만 분주하게 돌아가는 주방의 현장을 보여준다. 범람하는 진귀한 식재료를 활용한 카나페에 대한 묘사들, 난희에 대한 숱한 희롱들, ""잠깐만 얘기하자고"" 난희를 붙들고 소리 지르는 화자의 자폐적이고 일방통행적인 소통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건 요리와 사랑이 '사람'에 가 닿지 않아서 빚어지는 지옥도에 다름 아니다. '나'의 말이 순진한 날것, 우리의 일상적인 입말과 가깝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더욱 쓰다.
'요리책을 쓰라고'의 화자 역시 호텔 요리사로서 경험했던 숱한 진미들과 국가적 행사에 수차례 참여했던 경험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물론 모든 이력과 언급되는 요리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구구절절 끝 모르고 늘어지는 말은 누구에게도 건네지지 않고 있다. 숱한 요리의 목록 중에서 단 하나, ""시어빠진 김치""만이 그니의 부재와 함께 묵직한 자조가 되어 화자를 짓누른다.
해야 했을 말, 하지 못한 말, 삼켜버린 말, 억눌린 말들은 본심이 아닌 다른 말로 탈주하고, 질주한다. 그 말이 마음의 깊숙이에 놓인 것일수록, 그리하여 억누르는 힘이 무거울수록 터져 나오는 말은 더 크고 많고 또한 공허하다. 그렇게 강연화 소설에 넘쳐흐르는 구어체의 문장들은 거꾸로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고 다가오지도 않는 대화의 불가능성과 맞닿는다.(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