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시집. 이전 시집인 '숨 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등을 발표할 때마다 하나의 화두를 통해 자신의 세계, 세계의 언어를 살펴 확장해나간 것으로 평가받은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사건을 형성하거나 포착하기보다 세계의 움직임을 단절 없이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할 수 있다.
김언 시인이 세계의 움직임을 담는 방식은 고착된 언어를 낯선 의미로 떠돌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낯선 언어를 무조건 자폐와 난해로 치부하는 섣부른 판단에 저항하며,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만들어 모두가 이미 아는 의미에서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늘 무엇인가 만들어지고 이름 붙고 변화하는데, 마치 그 의미만을 위해 마련된 단어인 듯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은 그 이름은 부적합하며 불충분하다.
김언 시인은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서 ""이 또한 살기 위한 한 방식이었다는 것을""이라는 단 한마디를 남긴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움직인다는 말로 읽힌다. 익숙한 언어를 껄끄럽고 낯설게 만드는 이 시집을 읽는 데는 정답이 없다. 독자들도 뒤틀리게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
[출처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