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시단을 달궜던 ‘미래파’ 논쟁을 불러일으킨 젊은 시인 중 하나인 김언(36·사진)이 세번째 시집을 들고 나왔다. 새로운 언어 탐구에 몰두해왔던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말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경지를 모색한다. 그는 말로 야기되는 사건에 주목한다. 시집을 처음 여는 시 ‘감옥’은 그가 시집에서 하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말로 야기되는 사건은 그저 말의 명령에 복속되지 않는다. ‘내가 명령이라고 말하자 그는 망령처럼 일어서서 나갔다. 누군가의 입에서.’ 이어지는 시에서 사건은 말에 귀속되지 않고 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고의적 비문,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낯선 언어들의 조합은 일견 독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몇몇의 시들을 보면 그가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독자들이 쉽게 독서를 포기하지 않도록 ‘김언 시집 사용 설명서’를 해설로 달았다. 신씨는 “소통의 근거를 심문하고 문법의 제약을 유린하면서 시(삶) 속에 억압돼 있는 사건들을 깨우려는 물건”이라며 “세계의 한계는 곧 언어의 한계이므로 세계를 바꾸는 일은 언어를 바꾸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 시의 근본주의자”라고 평했다.[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