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시인이 열입곱 번째 시집 '그리운 치밭목'(책펴냄열린시)을 냈다. 2005년 '불무장등', 2007년 '벽소령'에 이은 세 번째 지리산 시집이다. '그리운 치밭목'에는 지리산과 함께 역사가 된 사람들이나 지리산과 애환을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가 물거품으로 부서지거나 구름처럼 떠다닌다. 시인이 산을 타면서 만났던 사람들도 시가 됐다. 지리산 자락에 잠든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 빨치산 사령관 이현상, 지리산 종주를 200번이나 했던 '자이언트' 이광전, '노고단 호랑이' 함태식, 욕쟁이 식당 할매…. 지리산 뱀사골에서 등반 도중 실족 사고로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생을 마감한 고정희 시인. '마음 묻은 절절한 물소리는/ 시인이 가슴에 남겨 놓은 유작이라서/ 물 속 바위돌도 낭송을 했다'('뱀사골 푸른 물에-고정희' 중에서). 시인을 대신해 물소리가 시를 썼다. 그렇게 지리산은 깊고 너른 품 속에 참 많은 사람을 안았다. [출처]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