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서는 그간 시인이 집중해 온, 작고 사소한 것들의 의미를 캐내는 작업이 계속되는 한편, 노래를 듣는 것처럼 어깨가 들썩여지는 시구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치렁치렁하고 흥겨운 이 시편들은 물론 시인이 언어를 정교하게 짠 것이지만, 이전의 강은교 시집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특히 3부 ‘가야소리집’이 그렇다.
‘우리 엄마는 종/물을 가져오라면 물을 가져오고/배를 내밀라면 배를 내밀던 종…우리 엄마는 종/나는 어둠의 잎/우리 엄마의 배는 어둠의 배/물을 가져오라면 물을 가져오던 어둠의 배’(‘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이의 편지2’에서)
노래 같은 시편들은 시인이 관심을 가져온 ‘시 치료’와도 관련이 깊다. 강 씨는 “문자가, 문학이 약해진 시대에 시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은 치유와 치료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시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독자들과 만나 북을 치면서 시를 들려주는 공연을 4년째 펼치는 것으로 이 믿음을 실천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