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두꺼운 팬 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강은교 시인이 그동안 발표한 산문 22편을 뽑은 선집이다. 강시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시에서 묻어나는 절절한 고통과 슬픔, 허무의 향기를 사랑한다. 대체 여린 모습 어디에 그토록 깊은 고통과 처절함이 물결치고 있었을까. 산문집을 읽다 보면 그의 시 세계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 허와 무, 바리데기, 순례자…. 그를 대표하는 몇 개의 단어들과 그의 인생 순간순간이 촘촘히 모자이크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시인은 당부한다. “여기를 사랑하라”고. 순례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뜻이다. 가볍게 도달한 결론이 아닌, 치열한 고통 가운데 힘겹게 얻어진 결론이기에 소중하다. 그를 대표하는 단어는 ‘허무’이지만 그래서 그의 글은 결코 허무주의로 흐르지 않는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