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 첫 번째 시집 <술병들의 묘지>에서 주로 자전적인 소재를 다루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시집에서는 삶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으로 시선을 옮겨 자신을 타자화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을 분리시켜 본다면 자칫 시인이 지니고 있는 근원적 슬픔을 공감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유인즉슨 시인이 풍경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자신과의 ‘거리 두기’를 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풍경에 자신을 비춰봄으로써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우리는 ‘울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시인과 마주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울음’은 노력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울음을 얻기 위해 시인이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중략) 시인은 울기 위해 ‘나’를 배신하기도 한다. ‘나’가 ‘나’를 배신한다고 했으니,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시인이 자신의 내면에서 풍경 쪽으로 시선을 옮긴 것은 어쩌면 일상의 모든 저변을 끝내 응시하리라는 ‘다짐’으로 느껴진다. 자신을 배반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슬픔’을 객관화시켜 일상의 풍경 속에 던져 놓을 때 시인은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시인이 끝내 자신을 괴롭게 하는 ‘슬픔’을 마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에게 ‘슬픔’이 시를 쓰는 이유라면, 시는 시인이 슬픔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거처인 까닭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