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중견시인 권정일 작가의 세 번째 시집 '양들의 저녁이 왔다'(표지 사진·세계사 시인선 160)가 담고 있는 46편의 시들은 이런 열기를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언어의 발열판' 같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시어들이 경계를 넘나들다가 끝내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그의 시 세계는 경향성을 거부해 해독하기가 쉽지 않고 읽어내기도 만만찮다. 그런데 시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시적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뜻일 게다.
4부로 나눠 묶인 이번 시집은 평소 말수가 적은 시인의 성품을 아는 이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완전한 책'이라는 제하의 제2부는 백미다. 24쪽이나 이어지는 단 한 편의 장시로 구성돼 있어 형식적 측면에서 파격적일 뿐 아니라 소절마다 토해내는 시인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전체 46편을 다른 말로 하면 '1+45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결국 시 '완전한 책'으로 이번 시집은 완전한 '한 권의 책'이 됐다.
장석원 평론가는 ""권정일 시인은 '둥글게 움직이는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는 '우리의 엄마이고 이모이고 애인'이다. 우리는 권정일의 변신을 목격하고 있다. 격정이 비등하고 텍스트들이 난립한다. 시인이 책을 부린다. 우리는 권정일의 혼돈을 지켜본다""고 평했다.
[출처.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