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강의 세 번째 수필집.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는 일상의 삶은 종종 무의미하다 푸대접받으며 과거로 떠내려가지만, 사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보내는 무탈한 일상의 힘은 위대하다. 아무 일 없는 것 같은 무료함 속에서 날씨가 변하고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나지만 큰 것만 쫓아다니는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무심코 과거로 떠밀리는 하루하루를 작가는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우주와 자연 앞에서 유한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죽음, 이웃, 갈 곳 없는 고양이에 대한 사유를 비롯하여 우리가 자칫 놓쳐버리기 쉬운 일상의 소중함을 잔잔한 감성의 촉수로 길어 올린 작품들이 담겨 있다. 또한 가정에서 식초를 담고 익어가는 과정을 그린 글들과, 오랜 기간 운동을 하며 생활화한 이야기들도 읽는 이의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