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원 시인의 시집『목성으로 돌아갈 시간』은 침윤된 혹은 침범된 죽음의 흔적들로 가득한 오후 3시쯤의 정물이다. 주제는 이곳저곳에 난 삶의 균열들을 바라보면서 굳게 음각된 검은 얼굴들을 마주한다. 시선과 시선의 마주침은 주체가 죽음으로 가는, 길고 가까운 길목이고, 그 어귀에서 천천히 삶의 “뒷모습을 받아들”이는(「홍매화역) 손금과 같은 운명인 것이다. 주체는 침묵으로 가득한 죽음의 순간들을 끓임 없이 환기하면서 가쁜 숨으로 통각의 정점을 밀어 올린다. 여전히 죽음의 저 편은 불현듯 찾아오는 오후 3시쯤이고 삶의 한가운데로 틈입한 목숨을 갈라진 입술로 삼키는 일은 간절하고도 불안한 일상의 몫이다. -최세운(시인) [출처 작품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