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가만히 먹던 밥을 버리네'에서 시인 김종미는 구체적인 것들에 시선을 던진다. '없었으면 하는 흉터' '차를 피해 날아오르는 비둘기' '멀쩡한 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을 깨끗하게 비춰주는 태양'….
의도는 분명하다. 문고리를 비틀어 문을 열기 위해서다. 그 행위가 일상적이어서 고통스럽지만, 또 숙명적이다. 하지만 시인은 고통스럽지만 기꺼이 받아들인다. '녀석은 내 어항 속에 잠복 중이고/나는 내 고독 속에 잠복 중이네/죽도록 질투하고/죽도록 보고 싶고/죽도록 미워해서/가만히 먹던 밥을 버리네'('도플갱어' 중).
시인의 변주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차분하지만, 슬픈 시인의 읊조림은 공감과 위로를 선물한다. 시인 자신이 공감과 위로를 바라는 것일지 모른다. '애벌레처럼 둥글게 몸을 말아 바치며/나는 너를 이길 수 없어 완전히/내가 졌다고 생각할 때/꽃이 졌다/나를 항복시켰으면 너는 잘 나가야지/꽃은 언제나 져서 나를 억울하게 한다'('꽃은 언제나 진다' 중). [출처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