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길산 시인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20년 전에 고성군 대가면 갈천리 어실마을에 들어가 산골생활을 하면서 쓴 글들을 모아 이번에 책을 펴냈다. 책이 그가 살고 있는 산골처럼 담백하다. 시인은 “우두커니 바라본 고성 산골 어실마을 들판과 호수와 산과 하늘. 우두커니 바라본 마을 분들 아침과 낮과 저녁과 새벽. 그리고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우두커니 살아온 산골생활 20년. 이 산문집은 물고기가 사는 산골마을 어실(魚室)에서 보낸 20년 자화상이다. 때로는 덥수룩하고 때로는 말끔한. 오래 되어서 멀기도 하고 지금 여기라서 가깝기도 한.”이라고 말했다.
‘이제 산골생활 7년째. 이력이 붙어 장작불은 수월하게 지핀다. 허드레 종이나 신문지를 깔고 낙엽이나 잔가지를 얹은 다음 땔감을 층층이 쌓으면 이내 불이 붙는다. 물론 나무는 적당히 말라야 되고 퉁풍이 잘 되도록 어긋나게 쌓는 요령이 필요하다. 불을 붙이지 못해 석유를 들이부어 지피던 산골 초년병 시절을 생각하면 온전한 촌사람이 된 듯도 싶다’
그의 산문집은 그가 살고 있는 산골처럼 담백하다. 현실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아니면 반대로 비하하지 않고 흑백 사진 찍듯이 드러낸다. 해서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출처 경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