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 구모룡 (문학평론가, 한국해양대 교수)
동길산의 시쓰기에서 “나”는 중요한 시적 대상이다. 이는 자기표현을 주된 시법으로 삼는 일과 다르다. 그는 사물을 자기의 경험적 연관에서 자리매김하고 풍경 속에서 자아를 함께 읽으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을 주관적 정감으로 환원해버리는 감성 위주의 서정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그의 시는 시적 산문처럼 현상을 잘게 씹어 반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에 차분하고 세심하게 도달하려는 노력이 만든 수사학이다. 그래서 그의 시가 자아내는 리듬은 자연발생적인 정서적 리듬보다 반복과 변주에 의해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