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의 동시전집 '앵두가 익을 무렵'(청개구리)은 700쪽이 넘는다. 지난 2005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뒤 그동안 내놓은 8권의 시집과 새로 쓴 2권의 시집을 묶어 전집으로 내놓았다. 52마리 새 이야기(새들의 합창), 52마리 곤충이야기(곤충의 꿈), 52마리 동물 이야기(동물학교), 52송이 꽃 이야기(꽃들의 노래) 등 주제가 있는 작품을 써온 구용의 동시 세계에선 자연의 뭇 것들이 다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산언덕 성당/ 어렵게 사는 사람 많은 곳/ 퍼내도 퍼내도/ 줄지 않는/ 신기한 쌀통이 있었어요'('신기한 쌀통' 중에서)처럼 착한 쌀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고단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화수분처럼 인정이 넘쳐 나는 쌀통의 마술이 아름답다.[출처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