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애숙 시인의 시집 <흔적 극장>에서의 문장은 철저하게 개별화된 감각들의 군집이자 공백이다.
이것이 그가 사유한 문장-이미지들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내적 상흔을 뒤틀면서 어떤 절실함과 절박함을 만들어냈던 것이고, 여기서 뽑아낸 문장들은 익숙한 것들을 재배치하여 여지없이 낯설게 축조한 것이다.
호흡과 리듬이 과감하게 생략된, 시인의 문장은 벚나무에 창궐한 백색의 동공처럼, 세계가 비로소 눈뜬 순간의 절대적 모순 속에서 태어난다. [출판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