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언 시집. 시인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장소와 사건들이 교직하면서 모자이크를 형성하는 데서 생기는 감성의 밑그림에 그림움이 채색되어 있다. 시인은 내뱉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마음의 입술을 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기만 했던 세상의 그늘에 드리운 삶의 허무와 쓸쓸함들을 받아들이면서 깨닫는 너그럽고 성숙한 정신을 이번 시집에서 드러낸다.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희미한 체취와 음영이 시인의 마음을 흔들지만, 이를 언어의 초련으로 정화하고 반성하면서 한 줄 말은 자화상으로 변신해놓는다. [정훈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