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엄마랑 둘이 산다. 4년 전 아빠가 큰 가방을 들고 나가면서 곧 돌아올 거라고 했지만 그 뒤로 오지 않았다. 엄마 말로는 아빠가 먼 외국에 있는 회사에 다녀서 올 수 없다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소리는 고민 끝에 할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거냐고. 눈이 휘둥그레진 할머니가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쉬었다.
소리는 가슴에서 무언가 우당탕탕 쏟아져 내리고, 머리꼭지에서 파도가 치는 느낌이다. 얼마 뒤 엄마 앞으로 꽃바구니가 배달되고, 주말에 엄마를 만나러 집 앞에 온 아저씨를 발견한다. 볼우물이 패도록 활짝 웃는 엄마의 얼굴이 미워 보였다. 곧 다가올 생일 파티를 신경 써 주는 엄마에게 괜히 심술을 부리고, 밖을 돌아다니던 소리는 갑작스레 내린 비를 맞고 다음 날 고열에 시달리게 되는데….[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