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기 작가의 동화.
마음과 몸이 아플 때 자기를 치유하듯 쓴 동화가 바로 최근 낸 '개나리숲의 흰양말'(어린른이 펴냄)이다. 이 작품은 수더분한 겉모습의 가방을 열었더니 속에 작은 보석이 들어 있는 느낌이다. 속 깊은 초등학생 민서와 길고양이 '흰양말'이 주인공이다.
어딘지 익숙한 '소녀와 길고양이'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면, 당신은 이제 막 수더분한 겉모습의 가방을 열었을 뿐이다.
민서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 민서를 잘 돌볼 수 없다. 민서가 가끔 '나는 잡초가 아닐까' 생각하는 이유다. 민서가 시장통 엄마 점포에 들러 흰양말에게 줄 통조림을 얻어가던 날, 민서는 문득 깨닫는다. "엄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갓 낳은 새끼를 돌보려고 온 힘을 다하는 흰양말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본다.
"흰양말도 최선을 다하는 거구나."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누굴까. 호되게 어려운 시간을 겪은 한정기 동화작가 자신에게도 이 말을 그대로 들려줄 수 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반려동물의 도움을 받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나 민서가 흰양말 가족을 만나려고 개나리숲을 통과하는 장면 등은 인상 깊다. [출처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