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욱 평론가는 이 평론집에서 5월 광주를 다룬 작품을 ‘재현의 기획’과 ‘표현의 기획’로 구분해 설명한다. 재현의 기획에서 강조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과 민중 수난의 역사로서 사건의 의의를 지나치게 강조한다. 대체로 그것은 희생의 숭고함에 대한 비장한 감수성으로 가해의 난폭함과 희생의 비참함을 폭로한다. 그리고 그 희생은 역사적인 차원에서 영웅화되고 이념적인 차원에서 신화화된다. 반면 표현의 기획은 정치적 견해의 노출보다는 역사의 기억과 그 재현의 가능성을 탐문하면서 언어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실천을 구현하고자 한다. 저자는 그동안 많은 상찬을 받은 임철우의 『봄날』이 ‘재현의 기획’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말하면서 작가에게 부과된 죄책감이 과도하게 진실 복원의 강박에만 매달린 나머지 미학적 표현은 고려되지 않은 것을 비판한다. 반면 정찬의 『광야』와 「슬픔의 노래」는 언어에 대한 예민한 자의식으로 그 진실에 대한 ‘표현’의 열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밖에 유서로의 『지극히 작은 자 하나』와 알레고리의 형식으로 된 김신운의 『청동조서』를 서사적 기교를 통해 ‘재현’을 넘어서려는 ‘표현’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 박솔뫼의 「그럼 무얼 부르지」를 진실의 형이상학을 질문의 형식으로 내파하고 있는 작품이라며 특별히 주목하기도 했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