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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제74호 2009.가을)

문화예술작품 문학예술작품 기타

NO.APD12299최종업데이트:2019.02.13

자료등록 : (재)부산문화재단 본 내용은 등록자에 의해 작성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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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제목 오늘의 문예비평 (제74호 2009.가을)
  • 작품장르 문화예술작품 > 문학예술작품 > 기타
  • 발표일 2009.08.15.
  • 발표매체 해성
  • 발표주체 40

작품설명

  • 󰡔오늘의문예비평 74호 서문

    밖으로부터의 세계화와 안에서 벌어지는 국가주의의 망동 속에서 한국의 시민들은 이중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으로부터 이번 호의 특집인 ‘세계체제의 지각 변동과 한국문학’이 준비되었다. 세계체제의 장 안에서 한국의 현실 상황을 점검하면서, 지금의 세계 질서가 가진 성격을 가늠하는 것은 오늘날의 불온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일국 단위의 인식이 가진 논리적 협소함을 자본주의의 큰 흐름 속에서 설명함으로써 국내의 여러 문제들을 국제적인 시야에 놓고 살피는 작업은 그래서 소중하다. 민족문학의 틀 속에서 전개되어온 한국문학의 생산적 해체를 위해서도 세계문학의 시각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차동호 선생의 「근대적 시각주의를 넘어서: 파스칼 카사노바의 세계문학론에 관하여」는 그의 번역으로 소개되는 카사노바의 「세계로서의 문학」과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동호 선생의 글은, 한국문학이 세계적인 보편적 맥락에서 인정받는 것이 사실은 서구의 인정과 서구문학적 중심부로의 진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카사노바의 최근 연구들을 근거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교묘하게 서구적 시각을 옹호하고 있는 카사노바의 입론이 가진 억압과 배제의 함정을 읽어냄으로써, 세계문학론의 유럽중심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한다.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극복의 맥락에서 등장한 ‘토착주의’ 역시 서구적 시각에 예속되어 있다는 지적은 문학의 유럽중심주의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새삼 부각시킨다. 주저인 󰡔문학의 세계 공화국󰡕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칼 카사노바의 「세계로서의 문학」은 유럽중심적인 문학적 중심부의 탄생과 그 중심부로 편입되고자 하는 주변부의 욕망과 투쟁을 다룸으로써 세계문학의 거시적 판도를 읽어내는 유효한 시각을 열어준다.
    이어지는 맥락에서 전성욱 선생의 「세계문학의 해체」는 유럽중심적인 세계문학의 해체와 함께 세계시민들의 활달한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소수적 문학의 구축을 제안하고 있는 글이다. 유럽중심적 세계문학의 개념이 민족문학의 이데올로기와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민족문학론의 그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제3세계 문학론과 동아시아 문학론 역시 동일한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은, 세계문학의 해체가 실은 동시에 자기해체의 과정임을 드러낸다.
    오늘날 문학의 위기를 세계질서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차승기 선생의 「‘역사 이후’ 문학의 난처함」은 1937년 일제의 전시총동원체제 이후 근대문학의 이념과 이상들이 초극의 대상으로 내몰렸던 상황을, 근대문학의 종언론이 떠도는 현재의 상황에 견주어 보면서 개인의 존재조건에 대한 변화의 맥락을 읽어낸다. 그에 따르면 전시체제가 개인을 정치의 내부로 복속시켰다면, 지금은 개인의 욕망을 경제적인 욕구의 형태로 폭발시키고 있다. 문학의 위기는 개인의 구속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따라서 위기의 타계 역시 개인의 존재 조건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지구적 맥락을 검토하면서, 그 이행의 조짐들에서 다중의 생산적인 계급구성의 계기를 엿보고 있는 조정환 선생의 「세계자본주의의 금융적 변동과 다중의 삶」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의 이면을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지금 여기의 삶에 필요한 통찰의 시각을 열어준다.
    이번 특집의 평문들은 지금의 현실에 대한 미시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세계라는 거시적 시야에서 한국문학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함으로써, 이행기의 혼란을 돌파할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번 호 기획 ‘슬픔의 정치학을 생각하다’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것과 연대하고 마침내 고통 받는 타자가 곧 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슬픔’을 사유하면서, 동시에 그 가능성을 신파조의 감성으로 왜곡하고 상업화 하는 현실에 대한 엄중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안되었다. 우리의 이런 문제의식에 김영민 선생과 김주현 선생 두 분이 응답해 오셨다.
    김영민 선생의 「슬픔의 정치학과 동무론」은 슬픔을 세속적 실천의 장 안에서 사유함으로써 그것이 단지 정신 병리학적 대상이 아니라 치유와 갱신의 계기로 역전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사적인 슬픔을 공적인 연대의 계기로 전유하면서, 자본제적 삶의 방식을 창조적으로 거스르는 인문적 연대의 ‘동무론’을 제안하는 이 글은, 창조적인 감성의 정치에 대한 중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김주현 선생은 「투명한, 붉은, 노란 슬픔의 색깔들」에서 환멸의 이 시대를 환멸로 맞서는 ‘잔혹동화’로, 김애란, 신경숙, 김연수 세 작가의 소설들을 세 가지 색깔의 슬픔으로 풀이했다. 여기서 아비, 어미, 조부 세대라는 가족사적 맥락은 슬픔의 의미를 해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그들의 연대기 속에서 슬픔은 정치적 의미를 드러낸다.
    이번 호의 <지역을 주목하라>에서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소설가 박명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흔쾌히 청탁을 수락했던 오태호 선생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감 전날 원고를 보낼 수 없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지역작가를 다루는 이 코너는 매번 청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작가들의 작품이 엇비슷한 논의 속에서 되풀이 평가되는 동안 지역 작가들의 보배로운 열정은 쉽게 외면당하고 있다. 유명한 작가를 다룬 평문을, 이름 난 잡지에 게재함으로써 자기 위신을 보전하려는 비평가가 넘쳐날 때 한국문학은 그 풍요로운 결실들에도 불구하고 빈곤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역작가론의 불미스러운 공백은 ‘지역문화 담론’의 옥고를 통해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는다. 박태일 선생의 「지역문학과 전집 발간의 뜻」은 문학연구에서 1차 사료의 발굴이 갖는 실증적 중요성에 대한 언급과 함께 특정 작가의 전집(선집) 발간이 갖는 문학사적 의미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탄탄한 실증을 결여한 연구나 해석은 그 아무리 화려한 이론적 의장과 수사적 치장으로 포장하더라도 일종의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을 엄중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최근 발간되고 있는 전집들의 의미를 따지면서, 충실한 전집 발간이 문학사의 부당한 왜곡(정전화의 폭력)을 바로잡는 소중한 작업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시아를 보는 눈>에는 임대근 선생의 「지아장커(賈樟柯) : 육체와 자본이 결정하는 ‘중국적’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싣는다. 중국의 6세대 감독으로 불리는 지아장커에 대한 작가론인 이 평문은, 영화적 계몽에 충실했던 쑨위와 장이머우와는 다른 지아장커의 영화 세계를, 육체와 자본의 길항을 통해 정치학과 미학을 동시에 얻어내려는 도전으로 읽어내면서, 그것이 거대한 하나로 상정되는 ‘중국’이라는 동일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호 <한국문학의 새로운 시선>이 포착한 작가는 시인 김이듬이다. E-mail 대담에서는 ‘의미와 논리’로부터 해탈하는 시 쓰기의 시니컬한 자의식과 그것을 ‘상징질서에 대한 불만족’과 같은 논리적 언어로 해명하려는 비평가적 자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난 꿈꾸지 않으려고 글을 쓰고 얼굴을 지우고 현실을 지우려고 글을 쓴다. ”는 구절이 인상적인 김이듬 시인의 작가산문도 흥미롭다. 강경희 선생은 작가론 「레일 없는 기차에 몸을 싣고 가는 슬픈 여행자」를 통해 고통의 흔적으로 표현되는 김이듬 시의 파편화된 언어들이 세계의 잔혹성과 주체의 흔들림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번 <해석과 판단>도 역시 시사적인 맥락에서 사회문화적 이슈들을 다루었다. 최근 출판계의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연예인들의 소설 창작을 검토한 강유정 선생의 「패션으로서의 문학」, 독립영화의 반짝 호황 속에서도 여전히 근본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의 현주소에 대한 담담한 생태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강소원 선생의 「2009년 한국독립영화의 위치: 멀티플렉스로 간 독립영화와 벽장 속의 독립영화」, 김현을 매개로 기형도와 발레리의 시적 연관성을 살피고 있는 조효원 선생의 「단 한 줄을 꿈꾸어야 한다. - 행복의 시인 기형도에게, 그리고 발레리-김현에게」, 교권과 열린 교육을 유린하는 국가보안법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는 정한철 선생의 「국가보안법, 이제 교단을 검열하다」, 모두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글들이다.
    <포커스>에서는 시집으로 복효근의 󰡔마늘촛불󰡕, 이응준의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함돈균의 첫 평론집 󰡔얼굴 없는 노래󰡕를 김정남, 강희철, 장성규 세 분 선생께서 꼼꼼히 검토해 주셨다. <비평의 안과 밖>은 집필을 맡은 편집진 내부의 사정으로 이번 한 호는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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