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인에게 부가 가치를 안겨 주지 않는다. 시는 시인의 살과 피와 숨결이다. 이러한 연유로 시인은 시 안에 사회와 세계, 자연을 유입한다. 노정숙 시에는 불순물이 거의 섞여 있지 않아 말의 순도가 높다. 말과 심미적 감성이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았다. 말의 숨결, 무늬가 미묘한 감성과 한몸처럼 어우러져 있다. 특히 시간 의식에 따른 말의 꽃피우기를 지향하여 서정시의 미적 진정성과 깊이와 넓이를 확보한 것은 여간 예사롭지 않다. 노정숙 시편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는 삶과 자연, 사물이 서로 어우러져 닿는 장면에서 찾아진다. 말하자면 삶과 자연, 사물의 존재성은 시인이 구상화하려는 심미적 감성을 통한 산뜻한 감각과 미세한 안목이 결속하는 데서 주어진다. 노정숙 시집 <수정계단>은 사소하고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 바탕을 둔 근원적 사유와 존재의 깊고 넓은 내포를 유입하여 미적 가치를 다분히 드러낸 아주 값진 결실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