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선 시인의 시집.
<책속에서>
세상의 무엇인가는 경계에서 늘 서성댄다. 역병에 내몰린 놈일 수
도 있고, 천성이 허약해 세상의 중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떠밀려 바람센 수직의 끝에서 비로소 생의 짐을 푼 놈일 수도 있다. 이들을 본다는 건, 그러므로, 미궁이다. 눕혀보거나 세워본들 이미 뿌리 속에 내재된 불길함과 불완전, 그리고 위태로움을 씻어낼 방도가 없다.
문인선의 이전 시편들은 이 '방도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경계 위에 선 대상과, 이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적 화자와, 이 가능하지 않는 헛된 노력을 무구히 바라보고 있는 시인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근대적 분열을 화두로 삼고 있다.
-박훈하 시집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