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시집 『허공의 신발』. ‘생生’과 ‘사랑’을 주제로 한 시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집이다. 시인은 사랑에 서툴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배우지 못했으며, 사랑 때문에 아팠다고 고백하면서도 삶에서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노라고 노래한다. 이는 생을 부단히 생성하고 지속시키려하는 ‘생철학’의 면모와 닮아있다.
해설을 쓴 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이정모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하여 “베르그송은 직관에 의해서만 의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의식의 존재를 강조하고 내면의 지속을 추구한 것이다. 인간은 살고 있음으로써 변화하고 변화함으로써 지속하는 존재이다. 그리하여 삶의 밑바닥에는 고정적이고 정적인 것이 아니라 운동성과 시간성과 지속성이 부단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와 같은 베르그송의 생철학이 이정모의 시 세계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했다.
맹문재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생生’과 ‘사랑’만이 이 세계의 전부라 여기며 생 자체를 가슴에 품고 바람직한 인간의 길을 걸으려는 이정모 시인의 시적 태도는 베르그송의 생철학과 뜻을 같이 한다. 예컨대 이번 시집에서는 지난 시간의 삶이 비록 비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나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시적 화자가 있다. 자신의 생애를 긍정하고 미래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화자의 세계 인식이 곧 생철학의 시학인 것이다.
최영철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하여 “이정모 시인의 시는 정처 없는 것들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떠나고 지나치고 흘러가며 남겨 놓은 여러 무늬들을 보여 주고 있다. 적막, 고요, 침묵, 여백, 어둠과 같은 복병들이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때로 그것들을 떨치며 때로 그것들과 벗하며 나아가는 긴 여정이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무수한 존재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생生’과 ‘사랑’이 현존하는 세계를 위하여 끝없이 정진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