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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회 전현우 한국창작춤 개인공연 생의 자리

문화예술작품 공연예술작품 무용 한국무용

NO.APD13331최종업데이트:2020.08.13

자료등록 : (재)부산문화재단 본 내용은 등록자에 의해 작성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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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제목 2019 제1회 전현우 한국창작춤 개인공연 생의 자리
  • 작품장르 문화예술작품 > 공연예술작품 > 무용 > 한국무용
  • 발표일 2019/6/14
  • 발표지역 해운대구
  • 발표매체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 발표주체 전현우

작품설명

  • 2019 지역문화예술특성화 지원사업

    작품내용
    1. 유한화서
    지금은 사라진 동쪽 나라, 사람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한 승려가 있었다. 그는 청명한 마음을 유지하고자 깨끗한 승복을 매일 갈아입었다. 그럼에도, 생과 이별하는 이들의 발소리가 다가오면 청명한 정신이 흔들리곤 했다. 사자(死者)의 절규가 마음을 뒤흔들면 저절로 몸도 시계추처럼 기울었다. 마음을 다잡고자 승려는 늘 합장을 했다. 고뇌의 싹을 도려내기 위해 춤도 추었다. 춤은 일시적이나마 승려와 죽은 자의 공포를 떨쳐낸다.
    여느 때와 같이 그날도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위해 승려는 춤을 추었다. 땅과 이별하는 치들에게는 자장가이자 위로였다.
    2. 수평선
    고독한 사원에는 흰 상자가 안치돼 있었다. 생의 기운을 품기는 그 육면체는 인간이 가진 모든 욕망을 가둔 결계였다. 승려는 생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그 욕망의 끝이라 생각했다. 승려가 아닌 범인(凡人)은 생과 이별하기 직전에야 그 상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삶의 미련을 쉬이 떨치지 못했고, 승려와 마주한 네 명의 소녀 역시 그러했다.

    3. 연기
    소녀들의 마음을 일찍 간파한 승려는 평소보다 더 경건하고 엄정한 마음으로 북을 울렸다. 그는 소녀들의 혼이 저승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길 빌었다. 순간 북소리가 승려에게 속삭였다. "아직은 더 머물고 싶어요." 언제나 마음을 다잡아주던 북소리가 오늘따라 승려의 마음을 흐릿하게 흔들었다. 승려는 더 강하게 북을 쳤다. 연민을 갖지 않는 것, 그것이 그의 책무였다. 북장단이 끝났다. 네 생명이 땅을 떠났다. 승려는 눈을 감고 그녀들의 명복을 빌었다.

    4. 역류
    불현듯 북소리가 그의 가슴 한 편에 맴돌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시들지 않은 소녀들의 혼이 감은 두 눈 속으로 밀려왔다. 승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녀들의 곁을 지나 흰 상자를 찾았다.
    상자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상자를 왼쪽으로 기울이자 소녀들의 몸이 왼쪽으로 기울었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소녀들의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혹은 자신을 질책하듯 승려는 상자를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소녀들은 되찾은 생기로 강물처럼 움직였다.

    5. 生의 자리
    살아난 소녀들은 승려를 존경했고 승려는 그녀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꼈다. 승려는 흰 상자의 네 면을 본따 한 면씩 소녀들에게 주었다. 그 틀은 각기 다른 소녀들의 내면과 외면처럼 서로 다른 모양과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소녀들은 하얀 눈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모든 욕망이 그러하듯 소녀는 승려 몰래 자신들의 틀을 이용해 영생과 더 높은 곳을 욕망했다.

    6. 박제
    높은 곳에는 신이 있었다. 모든 것을 잠자코 지켜보던 신이 천천히 격노했다. 승려에게 소녀들의 시간을 당장 멈추라 명했다. 승려는 신의 불호령이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명령을 따를 수도 없었다. 소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영원히 지켜지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승려는 소녀들을 박제해 나눠준 틀 안에 숨기기로 했다.

    7. 나선
    승려는 신에게 선택받은 자였다. 그렇다고 신의 권능과 맘먹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눈속임은 금세 들통났고 소녀들에 대한 집착은 형벌로 돌아왔다. 신의 의지로 살아난 네 소녀는 거꾸로 승려를 틀 속에 가두었다.

    8. 허탈과 해탈의 자전
    승려는 어두운 공간을 또렷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흰 상자의 내면과 모두 떠나고 없는 고독한 우주뿐이었다. 그는 그제야 제 어리석음을 깨닫고 흰 상자를 내리쳤다. 완벽한 형태의 정육면체가 허무하리만큼 쉽게 깨지더니, 그 안에서 작은 구 하나가 톡하고 떨어졌다. 그 구는 반짝하고 빛났고, 승려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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