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의도
신청인은 ‘작가란 명성보다도 모름지기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창작 욕구를 불태우며 보다 감동적인 작품을 양산해야 할 것이다’란 철학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글을 써왔다.
이제 고도의 IT시대, 즉 인터넷과 고화질 영상, SNS가 생활화된 한국 사회에 있어서 문학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차 수요가 줄어드는 종이책과 더불어 문학의 쇠퇴기를 맞는 것 같아 여간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문학의 가장 커다란 기능은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문학은 시대와 함께 흘러오면서 독자와 함께 호흡을 해오면서 우리의 삶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흔히 문학을 한 시대의 사회·문화의 나침반으로 비유하리만큼 문학은 시대를 잘 반영해 준다.
또한 사회 참여적인 성격이 없는 문학조차도 사람들에게 감동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자기정화, 즉 카타르시스를 이룬다. 문학은 사회가 올바르지 않을 경우 사회를 계몽·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그 반대의 경우 올바른 방향으로의 사회의 질주를 가속시키기도 한다. 더 나아가 문학을 통해 민주주의의 정신을 살리고, 문학을 통해 우리네 삶을 조명하며,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즉 문학의 발전은 개인과 공동체 문화의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 할 것이다.
신청인은 소설을 통해 과거나 현재나 주어진 환경에 절대적으로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속성을 그려나가고자 한다.
인간들이 결집하여 구축한 거대한 사회의 제도 안에서는 인간 개개인에게 제각기 짜여진 삶의 틀, 즉 운명이란 것이 강제로 주어지며, 이 운명이란 것은 특출한 몇몇 사람들만 제외하고는 개개인이 어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태생부터 왕후장상의 품격을 이어받아 평생을 고귀하게 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버러지만도 못한 삶을 이어받아 철저히 소외되고 버림받는 한편 아주 하찮은 행복마저 타인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도 마치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길들여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 또한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데에 이 소설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