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시작하는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의 한 구절처럼 금정산 초입에, 얼마간 엎디어 지낼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세와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자연에 한발 더 가까이 내딛은 자리에서 자연의 시간을 좇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산(釜山). 양산을 옆구리에 끼고, 솟아오른 산줄기는 목침을 베고 누운 듯 기세 좋게 두 다리를 뻗어 도심을 관통하다 발끝에 낙동강이 닿을락말락한 즈음에서야 움츠러든 금정산(金井山)을 품은 도시입니다. 가온뫼인 금정산이 부산 시민에게는 어떤 의미로 자리하는지, 자연을 잊지 못해 도심에서 금정산의 품으로 꾸역꾸역 찾아드는 인간 군상들의 느린 움직임과 계절을 품고 변화하는 금정의 모습을 시(詩)의 시선으로 그려낼 예정입니다.
비록 날센 걸음으로 고당봉을 향해 성큼 오를 수 없는 노구(老軀)의 몸이지만 느려도 그윽한 시선에 깊은 사색을 담아 자연과 사람의 조우(遭遇)를 작품집에 담아내겠습니다. 그 시선이 길어 올릴 참신함의 깊이가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낼지 응원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