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왜 필요한가? 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정보화의 시대, 물질문명의 시대에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삶에 힘을 발휘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터넷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개인의 소외와 더불어 인간성의 상실, 생명경시의 풍조 등 심각한 사회문제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개개인은 고독하고 빈부의 격차는 점점 커가는 가운데 타인의 문제와 상처에 무관심한 불안한 삶이 현실이다. 무엇으로 우리는 이러한 현대인의 상처와 불안을 회복하고 미약하나마 정서의 숨결을 고를 수 있을까? 무엇이 어루만져 주고 회복시켜서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신청인의 본 시집 발간 의도는 변화하고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의 분주한 삶 주변을 낮은 시선으로 본 세계, 즉 조금 비껴 서있는 고립되고 파편화된 소외된 도시인의 고독과 결핍이 시작품에 드러나는데, 이 결핍과 상처는 결국 현실의 손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화와 관계 회복을 강렬하게 꿈꾸는 존재로서 기능한다. 때론 작품에서 일상이나 현실적 관계 속에서 교환 가능한 의미망을 따르기보다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의미가 구성되기 이전의 지점에 대한 탐색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병렬적으로 이미지들을 나열하거나 중첩시키는 방식을 통해 의미구성 자체에 대한 충격을 의도하기도 한다. 시들은 탈일상의 시공간 속에서 기호들이 미학적으로 재생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청인의 작품이 애써 도달하고자 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작품은 우리의 지각으로는 가늠할 수 없어서 마치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이끈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가치체계로 재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래서 그것의 내재적 가치들과는 상관없이 기존의 시선 안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폭력적 위계가 발현되는 지점이다. 현실적 논리가 모두 멈추어 버린 어떤 순간을 애써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세계 저편의 거대 역사성과 개인이라는 소규모 역사성이 만나는 불화지점에서 발생된다. 그곳엔 어김없이 관계의 복원과 치유를 꿈꾸는 섬세한 감성의 기포가 함께 생성된다. 관계의 복원과 치유의 희구는 신청인의 작품세계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