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이 갈앉으면 산 빛 언덕으로
흰빛이 되고 가다 가다 갓 피운
물빛이 출렁이면 너의 홍조
보랏빛이 되는
오늘도 이슬에 젖어
그런 빛으로 태어난 잊었던 산길을 타나가면
산도화야 호올로 옷 벗는
산도화야
버들 빛 숨쉬는
<중기 시> 중에서
교 감
ㅡ질서 초상에 갔다가ㅡ
초상집에 갔다가 남의 옷을 껴입었다 내 모르는 일을 남도 모르고
그것도 내 옷 위에 남의 옷을, 남 모르는 일을, 남 모르는 일을,
내 옷 찾아 입고 여벌의 남의 옷을, 아마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신도 모르지
차에서는 몰랐는데 코트를 벗고 입 밖에 못 낼 일을 입안에 접어 두어도
내려서야 알았다 한참 가다가 혼자 마른 홍어 씹다가 짜구난 어금니,
오지랖 내려보고 알았다 시린 볼만 얼얼해
아무리 생각해도 아마도
저고리 위에 또 하나 있는 그 웃옷 안 수첩의 상주ㅡ
남의 저고리 생전에 술 한 잔 같이 못해 아쉬워 한
왜 그랬을까 왜 그래T을까.... 내 곡(哭) 업은 즈이애비
예까지 또 보낸 용의(用意).....
<후기 시> 중에서
羽 化
깃털 뽑은 닭살처럼 그리하여 불에 불이 달면
옷장 앞에 선 목살에도 힘이 솟아,
운신하는 폭만큼 만한 팽이채 잡은 것도 나
나를 보는 말은, 도는 것도 나,
그 노불레스 오블리제 나는 그것을
‘산다는 것은 운동이다’였다. 내가 나보다 앞서가는 섬광이라 할 것이다.
나는 밥을 먹으러 갈 것이고 나는 그것을 문턱을 넘어
전철을 탈 것이고 저 한길을 걸어가는 오뚜기라 할 것 이다.
누구를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