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자 시조 시인의 풍자는 단순한 현실 비판의 정서가 아닌 서로 다른 가치 체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긴장에 가깝다. 풍자를 하나의 ‘이중 시선’으로 이해한 이론가들의 관점(바흐친의 복수성 개념, 노스럽 프라이의 풍자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시조집은 대상에 대한 조롱이나 냉소에 머무르지 않고, 내부로부터 질서를 흔드는 복수의 시점을 작동시킨다. 즉, 현실을 부정하는 대신, 그 내부의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균열을 만든다. 이러한 균열은 파괴가 아닌 재인식의 장치이다. 현대 시조가 서정과 비판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