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구체적인 사물들을 그려왔습니다. 동시에 사물이 놓일 가상의 배경을 설정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사물과 공간의 관계와 배치를 고민하고 재설정하는 것은 저의 중요한 작업 과정입니다. 사물을 가상의 공간 또는 어딘지 모를 공간, 그리고 어색하고 낯선 공간에 두면서 늘 저의 예술적 상상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몇몇 사물들은 있어야 할 곳이 정해져 있기도 합니다. 있어야 할 곳이란 주로 외부와 내부로 나뉘지요. 말이나 자동차는 밖에, 인형과 안락한 의자는 안에, 오줌싸개 동상은 밖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 모든 것은 가변적입니다. 말은 박제가 되는 순간 실내에 있는 사물이 되며 인형도 불에 타고 있다면 밖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됩니다. 안팎의 구분이 무의미한 사물도 있습니다. 농구장이나 고양이는 실내외 어디든 존재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요.
사물이 있어야 할 장소의 가장 기본적이고 이분법적인 개념, 즉 ‘안’과 ‘밖’이라는 쉬운 맥락. 당연하고 명확하게 나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기준으로 구분되었을 뿐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간 개념에 대해 상상을 펼치며 시각화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