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서 죽어버린 식물을 탈탈 털어 뒤집어 빼내면, 대부분 제 생전 뿌리의 모양으로 흙을 거머쥐고 있다. 특히 왕성하게 살다가 말라죽은 식물들이나, 분갈이 시기를 놓친 것들은 뿌리가 온전히 화분모양으로 흙을 감싸 쥐고 있다. 어떤 것은 공간을 찾아 화분 속을 돌고 돌아 살타래 같기도 하다. 이번 작업은 그런 화분들을 수집하고 매달아, 흙의 표면을 직선으로 맞춘다. 수평작업에 이어 지평선을 맞춰보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업이 완성되고 보이는 풍경은 흡사 죽어버린 식물들의 무언의 이야기가 웅성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