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은 예술이 삶으로부터 온 것이지만 삶 그 자체는 아님을 알려준다. 11월 중순부터 레지던시 근처에서 진행하는 최근 작업 [염포시식 코너]는 삶의 공간을 가시화하는 일 뿐 아니라, 그곳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프로젝트다. 김윤호는 요리를 택했다. 이 엄청난 탐식의 시대에 대단한 레시피를 가지는 것은 아니고, 삶은 감자같은 간단한 메뉴로 이루어 졌다. 시장에서 만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뭔가 만들어 먹는 내용이다. 보통, 음식 나누기는 ‘본격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 주민과 친해지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루어지곤 하는데, 김윤호는 그 과정을 전면에 놓았다. 이 프로젝트는 실시간으로 공유된 체험과 그것을 담은 사진이 전부다.
울산 북구 염포동에 있는 이 작은 시장은 어느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사양화되고 있는 공간이다. 작품 [언덕위의 하얀 집]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처럼 황량한 장소에서 작가는 조리대를 끌고 가 상인들이나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보기에는 서툴기 그지없는 요리를 시작한다. 만들어진 음식을 같이 먹는 것은 물론, 요리가 더 개선되기 위한 팁을 제공받기도 한다. 그들은 시식대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공동체를 이룬다. 그 지역에서 구입한 재료로 무엇인가 만들어서 그 지역사람들과 함께 소비하는 것은 소박해 보이지만 세계화 시대에 상징적인 행위이다. 대형마트에서 1+1으로 유혹하며 과다소비를 부추키는 상품들은 보다 싼 임금을 조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라의 출처를 가진 것인가. 그것들은 얼마나 먼 곳으로부터 온 것이며, 얼마나 많이 지역경제를 파괴하고 있는가. 예술의 상황도 비슷하지 않나? 올 한 해 동안 엄청나게 많이 열렸던 비엔날레들에서 먼 곳으로부터 온 것들이 미술계를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었는가. 공공영역에서의 김윤호의 작업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방향성은 정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