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술법: 죽은 자의 소생>_종이에 연필, 파스텔, 콘테_72.7x60.6cm(2개)_2019
평소 작업을 하면서 대부분 혼자 밥을 먹는다. 그 시간엔 자연스럽게 만화를 보게 된다. 어느 날, 무슨 만화를 볼까 찾던 중, 유희왕의 새로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만화에서 ‘로봇삐’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었다. 로봇삐는 주연도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에 가까운 주인공 집의 청소로봇이다. 만화의 끝부분에는 업그레이드를 받고 스스로의 판단능력이 향상된 사람형태의 AI가 된다.
로봇삐는 화면에 없다가도 진지한 분위기의 대화나 적과의 대결에서 갑자기 등장해, 그 진지한 분위기의 산통을 깨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는 어떠한 외부의 개입도 없다.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봇삐는 시스템의 과부하로 죽기 전까지 그 모습을 유지한다. 그 한결같은 엉뚱함, 눈치 보지 않음에 감탄하였다. 그래서 그냥 로봇삐를 그리고 싶었다. 애정이 생긴 것이다. 애정과 더불어 동경의 마음도 생긴 듯하다. 순수한 그 태도와 분위기를 박살내는 것 자체는 요즘 나의 주변이나 외부에서는 찾기 힘든 산뜻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생각하며 로봇삐를 그렸다.
생각해보니, 로봇삐라는 이름은 영화배역으로 치면 행인1, 행인2와 같이 로봇1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주목 받고 사건을 주도하는 주인공들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건 왜 일까.
* ‘죽은 자의 소생’은 유희왕에서 나오는 카드인데, 이름처럼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카드이다. 만화에서는 때때로 사용하지만, 실제 사람들끼리의 유희왕 카드 게임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카드이다. 그만큼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