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경계와 자유, 관계와 생성’이라는 키워드를 작업의 중심에 두어왔다. 이것은 평소 내가 즐기는 배드민턴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네트가 필요한지 아닌지, 코트의 안과 밖이 어떻게 감각을 달리 만드는지에 대한 주목이다. 이로 인해 시작된 것이 《버드민턴》(Birdminton, 2018~)시리즈이다.
<선(線)과 선(禪)>_2인 퍼포머, 바닥에 수직수평선_가변크기_2020
어떤 기준에 근거하여 한쪽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나에겐 늘 힘든 순간인데, 배드민턴코트의 흰색 선을 통한 안과 밖, 득점과 실점을 명확히 구분해야만 하는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이 흰색 선은 안과 밖을 모두 포함하는 양가성을 지니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판단과 사색하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보았다. 바닥에 수직수평선이 그어져 있고, 두 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한 명은 의자에, 한 명은 사다리 위에 앉아 있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은 배드민턴 심판이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수신호의 몸짓을 주기적인 간격으로 표현하고, 사다리 위에 앉아있는 사람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포즈를 취하며 바닥의 선을 지긋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