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은 주로 숯과 돌 등 자연 소재를 이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쓰시마의 해변에 밀려온 나무를 찾는다. 산에서 싹트고 성장한 나무들은 폭우와 바람, 혹은 인간의 손에 의해 뽑히고 굴려져 강에서 바다로 흘러간다. 오랜 시간을 바닷물과 태양 빛에 시달리며 어느새 노인의 머리처럼 하얘져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김보경은 유목의 그 하얀 표면을 불꽃으로 검게 태웠다.
나무나 돌의 기억과는 달리 인간의 기억은 자신에 의해서 변조된다. 인간의 기억은 왜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일까. 기억들이 서로 엮여 갈 때,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그 형태를 가다듬듯 수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보경은 나무들을 하나의 숯 조각으로 전환하고 이어붙였다. 전시공간에 수직으로 뻗은 몇 개의 검은 기둥들은 마치 수정된 기억이 사건과 사건 사이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창문틀에 있는 검고 가느다란 가지는 밖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좀처럼 떠올릴 수 없는 기억의 단편과도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