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은 시각이전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감각이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뜨개바지의 까칠까칠한 촉각은 다른 감각보다 더 오래 기억되고 이 기억들은 촉각적인 작업을 시작하는데 기초가 되었다. 실제 피부 접촉을 통한 종이재료의 물리적 촉각은 나와 타인 그리고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한다. 종이는 형태를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물성을 지니며, 평면에서부터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닥나무에서 추출한 섬유로 종이를 직접 제조하고, 이를 손으로 주무르고 만지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제작을 넘어 촉각적 사유의 연장선에 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저항과 질감의 변화는 물질과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감각을 통해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