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통적인 가구와 조각보를 모티브로 작업한다. 그것들은 우리 한옥의 단정한 실내에 소박하게나마 장식성을 부여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나는 장식성보다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선과 면에 주목한다. 선들이 교차하거나 중첩되면서 드러나는 기하학적 표면들을 작업의 기본으로 삼는다. 그것은 일견화면을 단조롭거나 평면적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러한 기하학적 요소들이 공간을 구조적으로 더 밀도있고 안정감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정적인 공간에 나는 나만의 공간에 있는 소소한 사물들을 그려 넣는다. 그것은 화려한 꽃이기도 하고 작지만 아름다운 새이기도 하다. 때로는 가구의 경첩과 조각보의 무늬들을 강조하면서 화폭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이러한 생동감 있는 요소들은 정적인 공간이 적절하게 중화되도록 만든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안정감 속에서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공간이 된다.나는 그 조화로운 공간속에서 일상의 긴장과 한계를 벗어나 무한한 휴식을 맞이하여 미래를 꿈꾸고 싶다. 관람객들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