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전위무대의 <산지기네>는 1970년 전동수가 초고를 완성하여 전승환의 희곡 각색 작업을 통해 1983년 무대 공연되었다. 이후 1986년 제 43회 정기공연작으로 재공연되면서 제4회 부산연극제와 제4회 전국연극제에 참가하였다.
깊은 산중에 자리잡은 산지기 김씨 일가와 그들의 움막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50대 후반인 김씨는 산기기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성실한 가장으로 아내와 큰 아들 보동, 작은 아들 복식, 막내 딸 복녀가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김씨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직업인 '산지기'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갖는다. 하지만 자식들의 생각은 김씨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식들은 집안의 가난을 혐오하고 있고, 자신들이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으며, 산지기가 아닌 다른 직업을 꿈꾼다. 자식들 중 그 누구도 김씨의 직업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으며, 모두 떠나고 싶어 한다. 자식들 모두 부모로부터 시작된 가난의 대물림을 거부하고자 하는 것이다.
<산지기네>는 문명에 대한 자연의 일방적 패배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작품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개발과 발전의 논리가 인간의 삶에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지한다. 이는 1980년대의 개발 논리와 정책에 대한 비판이며 그 당시의 한국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