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 은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근대 사실주의 대표작 <운수좋은 날>에 우리 고유의 전통 연희 양식과 접목시켜 ‘신명’의 정서를 무대 위에 구현하고 있다.
가난한 김첨지는 달포 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열흘 전 조밥을 먹고 쓰러진 아픈 아내를 두고 이른 아침부터 인력거를 몰고 나온다. 괴상하게도 운이 좋았던 그 날, 김첨지는 이상하리 만큼 손님들도 많고, 여느 때와 달리 큰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하루 종일 뒤 따르고 결국에 아내를 위한 설렁탕 한 그릇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아내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빈 젖을 요란하게 빠는 세 살 박이 개똥이를 곁에 남겨 둔 채. 김첨지의 아내가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자 그녀를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저승사자와 김첨지 집안의 조상신, 젯밥에 관심이 많은 이름 모를 객귀들이 김첨지의 집으로 몰려들고, 망자 천도를 위해 굿을 하려 하나 김첨지의 파토로 바쁜 걸음을 한 신들과 귀신들은 헛걸음을 하게 된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팔자와 인간사 또한 만만치 않다 라는 점쟁이는 김첨지의 하루일과를 함께하며 인간이 운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편 초대 받지 못한 명신 손님네들은 화가 나 계략을 꾸민다.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은 이 작품을 통해 끊임없는 의문과 응답의 과정들을 우리의 전통가락 위에 서사적 구조와 극중극의 만남으로 무대 위에서 구현하고 있다. 또한 전통연희와 현대연극 그리고 음악과 무용이 공존하는 다채로운(다원화된) 공연형식을 창작함으로써 연극의 스펙트럼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