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광대 공길과 장생의 심리적 갈등을 통해 권력과 예술의 함수 관례를 그린 <이爾>는 세속적 권력의 허망함을 되묻는 역사극이다.
때는 조선 연산군조. 궁중배우 공길은 연산의 가학적인 성희의 상대자 역할을 한다. 공길은 몸과 웃음을 바치는 대가로 희락원의 우두머리가 되고, 갖고 싶어하던 비단도포를 하사 받는다. 녹수는 공길에게 연산을 빼앗기는 것을 시기하여 경회루에서 잔치가 한창일 대 공길의 옷을 벗게하여 모욕을 준다. 이에 공길은 녹수의 하수인인 형판의 비리를 들추어내는 놀이를 하고 이를 통해 그를 제거하고, 녹수는 홍내관과 짜고 공길의 필체를 모필하여 연산과 녹수 자신을 비방하는 언문 비방서를 작성한다. 언문 비방서 사건에 화가난 연산은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된다.
<이爾>는 부산 연극의 미래적 지평을 가늠하게 하는 희망을 보여주었으며, 주제 구현을 위한 연출의 독자적 작품 해석과 형상화를 위한 실험정신 그리고 전체적인 앙상블이 돋보인 작품이다. 특히 우화적으로 양식화한 연기와 마임이 일관성있게 잘 짜였고 사다리 위에서 벌인 줄인형 놀이 등 우인들의 소학지희 장면은 보기 드물게 뛰어난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