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산의 정신적 고뇌와 심리적 갈등에 의한 광기를 그린 역사극 <문제적 인간, 연산>은 어머니 폐비 윤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조정 대신들을 죽이는 연산군의 내면을 다룬 작품이다.
연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길일을 맞아 작은 제의를 지내려 하지만, 대신들은 유학과 선왕의 권계를 들며 이를 만류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 왕의 명을 일일이 거스르며 왕권을 업신여긴다. 이에 연산은 지난 날의 사적과 이론 일체를 거부하며 스스로 왕권을 세우고 어머니의 제의를 시작한다. 녹수는 제의에서 신을 받아 폐비 윤씨의 혼을 입는다. 폐비의 혼을 받은 녹수는 자신과 아들 융을 죽이려 했던 엄귀인과 정귀인의 음모를 밝히고 이에 격분한 연산은 칼을 뽑아 엄귀인과 정귀인 그리고 인수대비를 차례로 살해한다. 이 때 무대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생사를 넘나드는 대화의 장이 되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굴레의 환락을 이야기하며 진혼극으로 이어진다. 또, 몽유의 녹수를 통해 피적삼이 든 함을 발견한 연산은 세상을 평정하리라 한다. 이후 연산은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며 피의 학살을 시작하고 이를 말리는 처선마저 죽인다. 숭재가 데리고 온 완산월을 보며 연산은 다시 환락에 빠져들고 녹수는 완산월의 손목을 잘라 연산의 아침 수라상에 올린다. 결국 연산은 성희안과 박원종의 무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며 연산의 혁명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이렇게 문제적 인간 연산은 다시 인간으로, 영으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연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했고,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 무대 세트 등이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