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폐허가 되어버린 어느 곳에 노파에 의해 한 소년이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있다. 이 소년의 모습은 등이 굽고 주름진 기형의 모습이다. 문득 소년은 바이올린 켜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과거 얘기를 들려달라고 노파에게 조르게 되며 노파는 필사적으로 소년의 과거를 숨기려 한다. 그러나 끈질긴 소년의 간청에 의해 노파는 소년이 탄생하게 된 과거얘기를 들려준다. 파괴자라고 명명된 아바돈에 의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오직 혼자 살아남은 여자는 긴 여행 끝에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에 의해 아직 폐허가 되지 않은 세상이 존재함을 알게 되지만 여자를 아바돈의 첩자라고 의심하는 남자에 의해서 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당한체 남자와 살게 된다. 남자와의 생활 속에 아기를 잉태하게 된 여자는 그 아기를 빌미로 남자가 살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길 갈망한다. 그러나 남자의 고백에 의해 정상적인 세계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이 꾸며진 얘기라는 사실을 알고 그 충격으로 아기를 조산하다 죽고만다. 남자는 자신의 희망의 산물이었던 아기가 기형의 모습으로 태어나자 절망하게 되고 노파에 의해 마지막을 남자가 아바돈에 순응한 자임이 밝혀지게 된다. 결국 남자는 기형의 모습인 아기를 노파에게 남겨 놓은 채 파괴되지 않은 곳을 찾아 떠난다. 소년에게 고통만을 안겨주고.
이 작품은 제9회 부산연극제 총평에서 관념적인 작품 내용을 신화적인 접근 방법으로 실험정신의 극 구성을 시도하였으며 연극 전 부문에 걸쳐 성실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경향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던 차범석은 <아바돈을 위한 조곡>을 이른바 희곡이 지니는 문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며 인물을 남男, 여女, 노老, 소少로 유형화 시키면서 시공을 초월한 인간관계, 즉 만남, 사랑, 고통, 생명의 의미를 우화적으로 묘사, 그 문장력의 세련도와 사고의 깊이는 차라리 시극에 속하는 희곡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라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