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작소 동녘의 <신부, 나비 꿈꾸다>는 전통 혼례라는 극적 장치를 활용해 결혼을 앞둔 신부의 자아에 대한 정체성 혼란과 통과제의로서의 심리적 혼란을 다룬,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보인 작품이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작정한 신부 지현은 신랑 학출에게 엄마와 아빠가 이미 이혼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엄마와 아빠가 이혼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는 신경전 가운데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아빠와 함께 결혼식장에 찾아온다. 모든 것이 불안한 지현은 자신의 결혼에 대한 진심까지도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예전 남자친구에게 자신을 구해 줄 것을 요구한다. 지현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결혼식 진행을 방해하고 결국 연기하게 된다.
자신들의 이혼사실이 신랑 측에 발각될 것을 불안해하는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든 빨리 결혼실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 신랑을 마치 일찍 떠난 남편인양 구애를 펼치게 된다.
이 작품은 희곡의 구조가 튼실하고 주제의식이 뚜렷했다는 점, 기능적인 무대 전환과 조명을 통한 시.공간 장악력이 뛰어났다는 점,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창조를 위한 연출의 실험적인 열정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