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으로, 시공이 혼재된 '길'이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갈등과 충돌이 아닌 공존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한 작품이다. 연출자는 이 공연을 통해 인간의 숙명적인 기다림과 그 기다림 끝에 구원을 찾고자 하는 '길'에서 언어 위주의 연극을 벗어나 배우들의 다양한 신체적 표현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밝힌바 있다.
크게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해, 엄마, 편지, 새님으로 나뉘어져 있다. 길 위에 해가 솟는다. 새벽은 아득히 가고 가슴 벅차게 피어난 햇살만 찬란히 비춘다. 길위에. 바우새 마을에 애들이 모여 논다. 쌈박질하고 흙장난하고 논다. 엄마를 부르짖는다. 여기에 장님 객이 나타나고 애들은 그를 경계심을 갖고 놀리다가 사라진다.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던 새님에게서 드디어 전갈이 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몰라 허둥지둥댄다. 그들은 촌장을 찾아 새님을 기다릴 채비를 한다.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새님을 맞이하기 위해 흥겹게 굿을 벌인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의 오랜 기다림과는 달리 눈 먼 객만이 그들의 굿판을 비웃듯 길을 지나간다. 사람들의 희망은 허무하게 끝났고 제각기 어디론가 흩어진다.
김문홍은 이 작품에 대해 다소 도전적인 서구 부조리극의 난해성을 극복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시적 리듬으로 형상화하였다 평한다. 또, 모두(冒頭)와 결미(結尾)의 일출과 일몰로 상징되는 하루라는 시간을 '길' 위의 유희적인 놀이를 통해 끊임없이 순환되는 삶의 부조리성을 표현한 점을 들며, 연출자의 시적인 해석과 배우들의 현란한 극적 상상력이 잘 맞아 떨어진 훌륭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