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 전자아카이브

작품설명

• 저의 전작 은, 허름한 단관 극장을 배경으로 영화를 보러 객석에 앉은 이들을 스크린의 시점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빛의 환영이 어른거리는 스크린을 향한 시점이 아니라, 관객을 바라보며 낯설게 위치한 저의 카메라는, 순전히 '구경꾼'이 되어 그들이 제각각 흘려보내는 일종의 외로운 시간들을 기록하려 했습니다.
  전작에서 추구했듯, 조금씩 마모되어 사라져가는 시간의 더께를 다루는 것이 한결같은 저의 관심사입니다.
  이번 작품인 에서 제가 담아내고자 하는 건, 기억의 군색함입니다.
  멀쩡한 얼굴 전체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고 그저 부분부분 과장되고 왜곡된 조각의 형태만 남는 것.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범위가 좁아질 게 분명한 그녀의 얼굴.
  저의 카메라는, 극장이란 공간에서 반대편에 위치하고, 얼굴이란 초상에서 현미경처럼 붙어버리며 그렇게 낯선 '구경꾼'이 되려 합니다.
  그럼으로써 저의 테마는 결국 존재의 쓸쓸한 자욱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본 작품을 비롯해 차기작도 이런 관점에서 계속 부산에서 작업을 이어갈 것이며, 점차 개성이 또렷하게 무르익어 가도록 끊임없는 창작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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