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 그에 동조하는 자, 희망을 품은 늙은 자와 그마저도 품지 못 하는 자,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그리고 그들의 희망을 무참히 꺾어 버리는 자.. 배위의 그들에겐 선과 악의 구분보단 더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의 구분만이 존재 할뿐, '바다는 생과 사가 공존하는 전쟁터 일 뿐이다'라고 표현한 작가의 말처럼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그 극한의 상황은 인간의 온갖 군상을 보여주기에 너무나도 환상적인 곳이다.
'칼치'는 이러한 '자'들의 뒤엉켜 고단해진 삶의 행태에서 '악'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속에 뛰어들지 못하고 밖으로 삐져나와 지켜보기에 현실 또한 지켜내기 위해, 혹은 가지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악이라 표현한 선택을 하지 않을 인간은 몇이나 될 것인가? 그들을 이해하지도, 이해 못하지도 않을 것 같은 중원에 서서 인물 하나하나가 그려내는 삶의 고단함과 치열한 선택의 고단함을 보여주려 한다. 결국 덧없이 끝나버리거나 지지부진한 인생의 긴 싸움 또한 선택의 연속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