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본인이 지난 몇 년 동안 관심을 쏟았던 지역 연구의 결과들로, 제 1세계에서 시작된 글로벌 체제 하에서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이 글들에서 또 관심을 두었던 것은 글로벌 체제 하에서 국가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에서, 특히 중앙집중화가 극도화된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지역이 당면한 현실은 어떤가이다. 199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전지구화 상황을 지역(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관찰하고 이를 이론화하며, 전지구화 과정이 가져온 글로컬리즘이 중앙이 아닌 지역(주변부)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임을 지역(민)의 실제 삶의 모습들을 예로 들어가며 관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의 출발점은 한국에서 지역불균형으로 인해 나날이 피폐해져가는 비수도권 지역들에 대한 두둔과 심정적 연대에서 비롯되었다.
제 2부는 유럽, 특히 독일 사회에서 1990년대 이후에 활발히 전개된 지식인, 작가들의 문화(권력)논쟁을 한 사회의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라는 틀 속에서 살피고, 이를 통해 사회적, 정신사적, 문화적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해가는 지를 보고자 했다. 1968년을 전후한 68운동기, 1970년대 그리고 1989년 독일 재통일 이후 지식인들 사이에 생겨났던 문화(권력)논쟁, 지식인들의 전후 역사인식 등을 되짚어 보았다. 나는 현재 독일 지식인들의 진보, 보수 논쟁의 연원을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까지 끌어올려 현재와 과거 간의 연속성을 보이고자 했다. 독일 지식인들의 사상적 지형도가 우리 한국 사회에 하나의 비교 및 유추가 될것으로 본다.